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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망' 고등학생이 전경버스 위에서 절 한 까닭' 쉼표

'경찰 지망' 고등학생이 전경버스 위에서 절 한 까닭

오마이뉴스 기사전송 2008-06-03 09:08

[오마이뉴스 송주민 기자]

경찰을 향해 전경버스 위에서 절을 하고 있는 시민들. 왼쪽이 이모고 오른쪽은 여대생 조카다.
ⓒ 송주민
10만 개의 촛불이 출렁였던 지난 5월 31일 밤 10시경, 청와대 진격을 위해 경복궁 방면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시위대는 우정로 거리에서 4대의 전경버스에 막힌 채 머뭇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한 고등학생이 전경버스 위로 뛰어올라 앞에 있는 경찰을 보며 절을 하기 시작했다.
불과 17살밖에 안 된 앳된 얼굴의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고1인 김성찬 군은 전경버스 뒤쪽에 있는 수만 명의 시민들을 잠시 돌아본 후 곧바로 전경버스 앞쪽에 진을 치고 서 있던 경찰을 향해 끊임없이 몸을 숙였다.
김군은 "저기 앞에 있는 경찰들이 여기에 모인 시민들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한배 두 배 정중히 절을 올렸다. 금세 이마에는 땀이 찼고, 뒤쪽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어린 학생의 용기에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절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시민들은 "위험하니까 그만하고 내려와"라고 발을 구르기도 했다.


전경버스 위에서 경찰을 앞에 두고 절을 올리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모습
ⓒ 송주민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경찰께 드린다"
김군은 또 "나의 장래희망이 경찰이 되는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경찰의 꿈을 품고 살아왔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꿈이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김군의 모습을 본 40대의 여성시민도 전경버스 위로 올라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의 조카인 한 여대생도 곧바로 이모를 따라 버스 위로 올라 끊임없이 절을 했다.
40대 평범한 시민이라고만 자신을 소개한 한 중년의 여성은 "한 배 한 배 절을 올릴 때마다 각각의 의미를 담아 고개를 숙이고 있다"며 "한 배는 쇠고기 협상을 막기 위해, 다른 한 배는 차별로 억압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또 다른 한 배는 한미 FTA 체결로 인해 고통 받을 이 땅의 서민들을 위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카가 옆에서 같이 절을 하고 있자 "그 아이가 지금 이 현장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를 배워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모와 함께 옆에서 절을 올리던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여대생은 "여기 모인 수많은 국민들의 염원을 담아 한 배 한 배 절을 올리고 있다"며 계속해서 몸을 낮췄다.
경찰과 청와대를 향한 이들의 절은 30여 분간 계속됐다. 절을 하던 도중, 전경버스 뒤쪽에 있던 경찰은 어느새 뒤쪽으로 후퇴했고, 길을 막힌 채 우왕좌왕 거리던 시민들은 밤 10시 30분께 경복궁 옆 삼청동 길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
수만 개의 '촛불'이 가진 간절함, 무릎 꿇음으로써 보여주다


전경차량 위에서 경찰을 앞에 두고 절을 하고 있는 이모와 조카의 모습.
ⓒ 송주민
이들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한 안국동 사거리 우정로는 지난달 29일 이후 매번 행진을 저지당했던 지점이다. 좀 더 앞으로 나아가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촛불'의 뜻을 알리고자 했지만 번번이 진입에 실패한 장소였다. 고등학생을 비롯한 3명의 시민들은 현장에 모인 수만 개의 '촛불'이 가진 간절함을 경찰 앞에 무릎 꿇음으로써 보여주고 있었다.
세 '촛불'의 고개 숙인 읍소가 뒤늦게 기사로 전달된 것은 이후에 전개된 급박했던 상황 때문이다. 이들의 절에 담긴 애절함과는 다르게 밤새 물대포 세례가 난무했고, 이날만 해도 100명 가까운 사람들이 휘두르는 방패 속에 연행돼 갔으며, 경찰특공대까지 동원된 강경 무력 진압도 이어졌다. 정신없이 진행되는 현장 상황 속에 기자의 취재수첩에 적어 둔 이들의 간절한 울림은 우선순위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전경버스에 올라 절을 하며 기자에게 말해줬던 '고개 숙임'에 담긴 뜻도 사실 온전하게 전달되지 못했다.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취재수첩이 밤새 분사된 물대포에 의해 흠뻑 젖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되고 싶은 고등학생이 촛불을 들고 경찰 앞에 무릎을 꿇은 얘기, 이모와 조카가 함께 올라 '국민의 염원'을 담아 절을 한 사연이 이렇게 희미해진 채 여러분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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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양과 빛 | 2008/06/03 13:55 | 쉼표/시사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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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바람꽃 at 2008/06/04 08:48
감동 입니다..

어쩜 울 땅 울 아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살다니..
민주주의를 아는 이모 즉 부모나 형제의 영향이 큽니다.
학교 교육 외의 교육의 힘이 요즘 발휘 되고 있슴돠~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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